<베니스의 상인> 중 포오셔


기다리시오, 유태인. 본 법정은 아직 그대를 퇴장시킬 수는 없소. 베니스의 국법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소. 외국인이 베니스의 시민에 대해 직접 또는 간접으로 그 생명을 노린 사실이 판명될 경우, 가해자의 재산의 반은 생명을 빼앗길 뻔한 시민의 소유에 귀속되고, 나머지는 국고로 몰수되오. 그리고 범인의 생명은 오로지 공작의 재량에 달려있소. 어느 누구도 이에 관여할 수 없소. 그런데 지금의 그대의 입장은 이러한 조문에 해당되고 있소. 왜냐하면 그대는 명백한 행위에 의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 피고의 생염을 노렸다는 것이 입증되었소. 그래서 그대는 본관이 읽은 법대로 생명의 위협을 자초한 거요. 그러므로 어서 무릎 꿇고 공작 각하의 자비를 구하시오. 



<한여름 밤의 꿈> 중 헬레나


아름다워? 누가? 아름답다는 말은 취소해줘. 드미트리우스는 네 아름다움에 갔어. 그래, 넌 예뻐서 좋겠다! 너의 눈은 사람의 넋을 빼놓고 너의 재잘대는 소리는 보리가 부르고 찔레꽃 피는 봄날, 목동의 귀에 들리는 종달새 노래보다 더 귀여워. 병은 전염 된다며? 생긴 건 전염 안되나? 내게도 옮았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 네 생김새가 전염병처럼, 내 귀에 너의 목소리가, 내 눈엔 너의 눈이, 그리고 내 혀엔 너의 혀가 만들어내는 달콤한 곡조가 병처럼 옮았으면 좋겠어. 네가 자리만 비워 준다면 난 드미트리우스만 빼고 이 세계를 다 주거야. 이 세계가 내 것이라면, 좀 가르쳐줘. 어떻게 하면 너처럼 될 수 있니? 드미트리우스의 사랑을 사로잡은 비결이 뭐야? 난 어떻게 하면 너처럼 될 수 있니? 드미트리우스의 사랑을 사로잡은 비결이 뭐야? 난 미소작전을 써도 안 돼. 내 기도가 네 욕만 못한가봐. 내가 사랑하면 할수록 더 싫어한다니까. 그래 맞아. 네가 예쁜 게 잘 못이야. 그 잘못을 내가 좀 저지를 수 없을까?




<뜻대로 하세요> 중 올리버


오란도는 아까 당신들 한테 한시간 후에는 돌아온다고 약속을 하고 떠난 후 사랑의 달고 쓴 공상을 씹으며 숲속을 걷고 있었죠. 그런데 큰 일이 일어났어요! 옆으로 눈을 돌리니까 무엇이 나타난줄 아세요? 오랜 세월에 가지에는 이끼가 덮히고, 꼭대기는 풍수에 시들어 벌거벗은 참나무 밑에, 머리는 제멋대로 자란 초라하고 피곤한 사내가 누워 자고 있었답니다. 근데 그 사내의 목을 퍼렇고 번들번들한 뱀이 감고 있었어요. 이 뱀의 무섭고 날센 대가리가 그 사람의 벌린 입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죠. 그러나 이 구렁이는 오란도를 보자 갑자기 감았던 몸덩어리를 풀고 꿈틀꿈틀 숲속으로 미끌어 들어갔답니다. 그 숲속 그늘진 곳에는 암사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말라늘어진 젖을 가누며 이 암사자는 대가리를 땅에 대고 고양이 처럼 노려보며 자고 있는 사람이 깨어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죠. 죽은것은 먹지 않는다는 것이 사자의 야수중의 왕 다운 특성이니까요. 이 광경을 보고 오란도는 그 사내에게 접근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오란도의 형님이었답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중 페트루치오


아니. 절대 못 놓겠어. 당신은 듣던 바완 딴판으로 아주 상냥한 여자야. 소문엔 난폭하고 거만하고 무뚝뚝한 여자라고 하지만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난 알았지. 왜냐면 당신은 유쾌하고 명량하고 아주 예의 바른 여자야. 봐! 봄의 화사한 꽃처럼 아름다워... 얼굴을 찌푸려도 마냥 아름다워... 사람을 이렇게 노려보지도 못하고 억지 떼를 쓰는 것두 안하고 좋아하지도 않지. 오히려 나 같은 청혼자들에게 상냥한 대화로 수줍고 온순하게 대하지. 근데 왜 세상 사람들은 사랑스런 당신을 절름발이라고 떠드는 거지? 오, 세상의 모략이야! 우리 케이트는 참나무 가지처럼 꼿꼿하고 날씬하잖아? 봐! 이 살결도 개암나무 열매처럼 싱싱한 빚깔이야. 아마 맛도 그 알맹이보다 더 감미롭지 않을까? 자, 이리 좀 걸어와 봐요. 응?




<십이야> 중 말볼리오


아가씨, 정말 너무 하셨습니다, 어서 이 편지를 읽어보세요. 이 필적을 두고 아니라고는 못하실 겁니다. 이게 필체건 글귀건 이것과 다르게 써 보십시오. 이래도 봉인이 다르다, 아가씨의 글귀가 아니라고 잡아 떼시겠습니까?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사실대로 온전하게 대답해 주세요. 왜 아가씨께서 그렇게 좋아하신다고 명확히 말씀하시며, 저더러 웃음을 지어라, 열십자 대님을 매라, 노랑 양말을 신어라, 써 토비와 아랫것들에게 엄한 표정을 지으라고 명하셨습니까? 그래서 저는 기대에 차서 아가씨의 분부대로 했을 뿐인데 왜 저를 캄캄한 방에 처넣고는 목사를 찾아오게 하시고 천하의 얼간이로 만들어 희롱을 하게 한 건 무슨 이유에서 입니까? 그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베니스의 상인> 中 샤일록役


어이구, 난 망했다. 큰일났어. 다이아몬드가 없어졌다구. 프랑크포트에서 자그만치 2천 더컷이나 주고 산 건데. 우리 민족에게 이런 저주는 이제껏 없었다구. 이제까진 절대 없었단 말이다. 그 보석만도 2천 더컷이나 해. 그밖에도 값지고 값진 보석들이 산더미야. 싸가지 없는 년, 보석을 귀에 단 채 내 발치에서 뒈져 있으면 좋겠다! 고년이 내 발치에서 돈을 지닌 채 관속에 들어가 있으면 얼마 좋을까? 아무 소식이 없다고? 원 제기랄!! 그년을 찾는답시고 얼마나 돈을 썼는지 아나. 이거야, 천둥에 날벼락이지! 그 도둑년이 큰 돈을 가졌갔구, 그 도둑년을 잡느라고 큰돈을 써야 한다니. 그러고도 결과도 없고, 복수도 못하고, 재수없는 포수는 곰을 잡아도 움담이 없다더니, 세상의 한숨은 모두 내 입에서 나온 것이고, 눈물도 모두 내 눈에서 흐른 것이라구.




<한여름밤의 꿈> 중 오베론


이리 오너라. 너 혹시 기억하고 있니? 언젠가 인어가 돌고래 등에 업혀서 달콤하고도 아름다운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 노했던 바다도 잠잠해지고, 별들도 하늘에서 미친 듯 비춰 주던 일을 말이다. 나는 그 때 바닷가 바위 위에 앉아 있었지. 그 때 너는 보지 못했지만, 나는 이런 것을 보았다. 큐피드가 차가운 달과 지구 사이로, 무장을 하고 날고 있는 것을 보았단 말이다. 큐피드는 활을 당겨서, 서쪽에 정좌하고 있는 베스타성, 즉 아름다운 처녀왕을 향해 쏘았다. 그 화살은 수천만의 가슴을 뚫을 듯이 힘차게 날아갔다. 그러나 그의 불티나는 듯한 화살은, 얼음처럼 맑은 달빛에 식어 버리고, 그 위엄 있고, 사랑 모르는 처녀왕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 버렸다. 그러나 나는 그 화살이 어디로 떨어지나 잘 보아 두었다. 그 화살은 작은 꽃 위에 떨어졌다. 우유 빛 같이 하얗던 그 꽃이, 사랑의 상처를 입어 보랏빛으로 되었다. 그 꽃을 처녀들은 들에 피는 사랑의 꽃이라고들 한다. 그 꽃을 가져오너라. 내가 언제 한 번 너에게 보여 준 그 꽃을 말이다. 그 꽃의 꽃 즙을, 자는 여자나 남자의 눈에 떨어뜨리면, 잠을 깨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을 보기만 하면 미칠 지경으로 사랑을 하게 된다. 자, 그 꽃을 가져오너라.



<오셀로> 중 에밀리아


아내가 잘못을 저지른다면, 그건 온전히 남편 잘못이에요. 남편 노릇은 안 하고 다른 년 치마 주머니나 툭툭 털어놓고는 제멋대로 의처증이나 품고, 우릴 꼼짝 못 하게 만들고, 때리고, 심술궂게 푼돈이나 내놓고 하니 그렇죠. 여자라고 죽어지내란 법은 없잖아요? 고분고분한 것도 정도가 있죠. 남편들에게 가르쳐 줘야 해요. 부인네들도 더 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여자는 눈이 없습니까, 코가 없습니까? 시고 단것을 맛볼 줄도 안다구요. 무엇 때문에 남자들은 이 여자 저 여자 갈아 타는지 모르겠어요. 꼭 애들 장난처럼. 여자들에게 반해서 그럴 수도 있겠죠. 한 때 바람이 나서 그럴 수도 있구요. 그렇다면 부인네들이라고 다른 남자를 좋아할 줄도 모르고, 반할 줄도 모르라는 법이 있나요? 그러니까 남자들도 부인을 위해야 해요. 정말 정신 못 차리면 버릇을 단단히 고쳐 줘야 한다니까요. 여자가 나쁜 짓을 하는 건 남자가 그런 못된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라구요.




<맥베스> 중 맥베스 부인


당신은 미쳐가고 있는 건가요?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것까지 없애다니요. 무서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자기 손에 죽은 시체를 보는 일이다. 오, 이 손... 이 씻어지지 않는 자국! 살갗을 벗겨내도록 닦아도 그대로 있네. 없어져라, 저주받을 자국아! (사이) 오, 그렇지만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어? 그 늙은이 몸에 그렇게 피가 많을 줄을! 오, 이 피 냄새. 두 손을 잘라버리면 가셔질까 오오, 이 징그러운 손. (사이) 그 악착 같은 짐승들은 이미 땅속에 묻혔어. 그들이 무덤에서 살아나올 수는 없지. 이 손을 담그고 씻어버리자. 깨끗이... 흐르는 물에는 그 모든 걸 정화시키는 힘이 있어. 강물아, 흘러넘쳐서 이 손을 씻어주고 나를 씻어줘! 기억아, 살아나지마.... 나를 가만히 놔둬. 죄 짓지 않은 사람들이여! 저주받아라! 의심받지 않는 사람들이여! 증오한다!



<오셀로> 중 이아고


나는 무어를 증오한다. 그 자가 내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서방 행세를 했다는 소문이 자자했겠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실로 치부하고 복수를 해서 직성을 풀어야지. 거기다가 그 녀석은 날 태산같이 믿고 있겠다. 그러니 그것 만으로도 이쪽을 골탕 먹이는 건 누워 떡먹기지. 카시오란 녀석 남자답긴 한데, 가만있자. 그 녀석 지위를 뺏고 내 한을 씻는거야. 그렇게 되면 꿩 먹고 알 먹는 격이지. 그러고는 어떻게 한다? 옳지,호랑이를 잡으려면 그 꼬리부터 잡아야 해. 오셀로한테 꼬아 바친다. 카시오란 녀석이 데스데모나하고 그렇고 그렇다고 말이야. 무어 녀석은 시원시원하고 활달한 성질이니까 겉으로 충실한 체 해도 꼬박 속아 넘어갈 위인이라고. 당나귀 끌고 다니듯 조종할 수가 있을 거고. 알았다.생각이 났다. 이 도깨비 같은 재앙을 치르려면 지옥과 어둠의 밤을 빌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