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말씀해 보십시다. 7달 전에 남편이 돌아가셨다고요? 부인의 말씀으로는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지금 말할 기분이 아니라는 둥 어쩌니 저쩌니............. 아니면 돈을 줄 관리인마저 어디로 가버려서 지금은 못 주겠다? 제기랄, 그러니 대관절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헬기라도 타고 다니며 온 마을에 차용증서를 뿌리기라도 해야 한다는 소린가요? 그루스제드에게 가보니 집에 없다, 그러고, 야로셰비치는 어딜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고, 꾸리찐과는 멱살 잡고 싸우다 녀석을 창문 밖으로 밀쳐낼 뻔했고, 마주우또프네 집에는 조류독감이 번졌다고 하고, 여기 오니 기분이 꿀꿀해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하고..... 내가 죽어 나자빠지는 꼴을 보고 싶습니까? 부인! 왜 어느 한 인간도 내 돈을 갚을 생각을 안하냐구요. 왜? 도대체 왜요?(혼잣말로) 이건 분명히 내가 너무 사람이 좋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평상시에 이놈들에게 너무 관대했어. 우선 이집부터 시작이야. 저 여자가 돈을 갚기까지는 난 이집에서 절대로, 절대로 한 발작도 안 떠날 테니까.(부르르 떨며) 오늘 나 기분 완전 잡쳤거든? 지금부터 아무도 날 건들지마. 살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마저 끊어질 것 같다. 제기랄, 다들 어디 간 거야?
춥네....어렸을 때 시험 시작 전처럼 말이야. 중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야. 만약 생각 따위나 오래하고 말만 많이 하거나 이상적인 사랑이나 진짜 사랑만 기다리다가는 결혼 못해. 우후! 추워! 이 여자는 꽤 괜찮은 안주인이 될 거야. 둔하지도 않고 교양이 있고....더 이상 뭐가 필요해? 근데, 내가 너무 긴장했나?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물을 마신다) 결혼을 안 할 순 없지. 첫째, 난 벌써 35살인데...이건 ..위험한 나이지....그리고 둘째, 정상적이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해. ‘심장박동’인데다가 땀은 계속 흘리고, 과민하고, 흥분 잘하고......그러니 더욱 필요한 거야. 아, 이젠 입술까지 떨리고 관자놀이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울리네....그리고 가장 비참한 것은, 꿈인데, 잠이 들어 있으면 갑자기 왼쪽 어깨가 아파 온단 말이야, 옆구리도 허전하구....으윽! 머리까지 띵하고....정말 돌아버리겠어. 잠이 들만하면 어깨가 또 으윽! 그게 스무 번은 반복되지.....
제가 샀습니다. 제가 샀다구요! 모두들 좀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웃는다) 우리가 경매장에 갔더니 제리가노프는 벌써 거기 와 있었어요. 우리 가예프 선생은 일만 오천 루블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제리가노프는 부채 위에다 삼만 루블을 더 불렀어요.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난 그 자를 상대로 사만을 불렀죠. 그러자, 그 자가 사만 오천을 불렀고, 난 오만 오천으로 응수했어요. 이렇게 그 자는 오천루블씩 올려가는데 나는 일만씩 올렸죠. 마침내 끝이 났어요. 부채 위에 구만 루블을 불렀더니 결국 내게로 낙찰되었어요. 이 벚꽃동산은 이제 제 껍니다! 제 꺼라구요! (호탕스럽게 발을 구른다) 오 하나님. 이 벚꽃동산은 이제 제 꺼에요. 제가 술에 취해 미쳐 버렸다고 해도 좋고 제가 꿈을 꾸고 있다고 해도 좋아요. 그러나 저를 비웃지는 말아 주십시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무덤 속에서 저를 보셨더라면 어땠을 까요! 노상 매나 맞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이 돌대가리가! 겨울에도 맨발로 뛰어다니던 바로 이 동상 걸린 로빠힌이!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영지를 샀으니까요.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노로 지냈고, 여기 부엌에 조차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영지를 내가 산거에요. 이건 생시가 아니에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죠. 이건 마치 뭐랄까... 이건 당신들이 상상했던 것이에요. 다만 불확실한 것처럼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거죠. (정답게 미소 지으며, 열쇠를 집는다) 열쇠를 집어던졌군요. 이젠 이 집 살림을 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 주려는 거겠죠. (열쇠를 잘라버린다) 상관없어. (오케스트라의 리듬을 맞추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봐! 악사들! 음악을 연주해! 내가 듣고 싶으니까! 모두들 와서 봐요. 이 로빠힌이 벚꽃 동산을 도끼로 베어 없애는 것을요! 우린 여기에다 여름 별장을 세울 거고 우리의 손자와 증손자들은 여기에서 새 삶을 살 거예요. 악사들, 음악을 연주해! (음악이 연주된다. 라네프스카야, 걸상 위에 쓰러진 채 서럽게 울고 있다) 어떻게 된거야? 이젠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이 벚꽃동산의 새 주인이 나가신다!
실로 쓸데없고, 실로 하찮은 일이 어쩌다가 우리의 생활에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되는 일은 가끔 있죠.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얕잡아 보고 웃어넘기고 있는 사이에 질질 끌려가서 이제 자기에게는 버틸 힘이 없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아니, 이런 이야기는 그만둡시다! 난 상쾌한 기분입니다. 마치 난생 처음으로 저 전나무와 단풍나무와 자작나무를 보는 것 같고, 저쪽에서도 나를 힐끔힐끔 신기하다는 듯이 숨을 죽이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무들일까! 그리고 이렇게 나무들에게 둘러싸인 나의 생활이란 원래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는 거지! (야호, 야호! 하는 고함소리) 가야겠군, 벌써 시간이 됐어.. 아니, 저 나무는 말라죽었군요. 그래도 역시 다른 나무와 같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요. 이리나. 저것과 마찬가지죠 만약에 내가 죽더라도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지 당신의 인생에 가담하고 있을지 몰라요. 안녕, 나의 이리나..(그녀의 두 손에 키스한다.) 당신이 내게 보내 준 편지는 내 책상의 달력 밑에 있어요..
저, 존경하는 스쩨빤 쓰쩨빠늬치 저기.. 다름이 아니고. 한 가지 부탁드릴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부탁을 드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항상 제가 좀 당황해서요. 우선, 물 한잔 마셔도 되겠습니까? 저, 존경하는 쓰쩨빠늬치.. 죄송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제가 너무 당황해서.. 그러니까, 비록 제가 그럴 만한지도, 어르신께 도움을 청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압니다만, 저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 서요. 말씀드리려는 건 다른 게 아니고.. 전 댁의 따님 나딸리야 스쩨빠노브양에게 청혼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럼 어른께서 승낙을 하신 겁니까? 제게 따님을 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추워.. 꼭 입학시험 전날처럼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오는군. 중요한건 결정을 내리는 거야. 총각으로 늙어 죽을 수는 없잖아. 내 나이가 벌써 서른다섯인데 이건 아슬아슬한 나이야. 그리고 난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원해. 심장도 약하고 계속 땀을 흘리지, 게다가 과민하고 흥분을 잘하는 체질인 만큼 규칙적인 생활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못생긴 여자한테는 그렇게들 말하죠. "당신의 눈은 아름다워요, 당신 머리카락은 아름답군요". 전 6년 동안 그분을 사랑해왔고 우리 엄마보다도 더 사랑해요. 난 늘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 분과 악수하며 그분을 느껴요. 그분이 곧 들어올 것 같아 문을 바라보며 기다려요. 그리고 이렇게 아시다시피 그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늘 새엄마한테 오고요. 요즘 그분은 우리 집에 매일 오시지만 저를 쳐다보지도 바라보지도 않아요. 제겐 이미 자존심도 제 자신을 억제할 힘도 없어요. 어제는 참지 못하고 그분을 사랑한다는 걸 바냐 삼촌에게 고백했어요. 그래서 이젠 내가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하인들도 다 알아요. 모두 알아요.
제가 디딘 땅에 키스를 하셨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같은 건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여자예요. (책상에 몸을 기댄다) 전 피곤해 죽겠어요! 좀 쉬어야 하는 건데- 전 좀 쉬어야 해요! (머리를 든다) 전- 갈매기예요- 아니, 그렇잖아요. 전- 여배우죠. 암, 그렇고말고요!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의 웃음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인다. 그 다음, 왼쪽 문으로 달려가서 열쇠 구멍으로 엿본다) 그이도 여기 계시군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도 점점 연극을 믿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완전히 맥이 풀려 버렸어요- 게임 없는 공포 등에 쫓겨서- 저는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여자가 되어 버리고, 허수아비와 같은 연기를 하곤 했어요- 무대에서는 손 둘 바를 모르고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거니와, 목소리마저 제 소리를 낼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배우 스스로가 졸렬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의 그 기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는 갈매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저, 당신 기억하세요. 전에 갈매기를 쏜 일이 있었지요? 어떤 사내가 찾아와서 그 여자를 보고는 심심풀이로 그 여자를 파멸시키는- 조그만 단편의 소재감이죠. 아니, 그러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마를 문지른다)
그 선생은 별로 영리하진 않지만 그런 대로 좋은 사람이고, 가난하지만 나를 무척 사 랑 해 주고 있어요. 그가 불쌍해요. 그의 늙은 어머니도 불쌍하고. 그럼 안녕히 가 세요. 섭섭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여러 모로 친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나오거든 부쳐 주셔요. 네, 꼭 사인을 하셔서 말이예요. 하지만 <나의 경애하는> 식 으로는 하지 마시고 그냥 깨끗이 <신원도 모르고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사는지도 모르는 마샤에게>라고 해 주세요. 안녕!
완전히 틀리셨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께서도 저희 땅이 늪지대까지 뻗어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셨어요. 그러니까 모초지는 그 사이에 있으니까 저희 땅이죠. 따질 필요도 없죠. 이해가 안가요. 아유 기분 나빠라. 아뇨! 지금 그저 농담을 하시는 겁니까?아니면 절 놀리시는 겁니까? 이런 세상에! 우린 300년 가까이 이 땅을 소유해 왔었는데 그쪽 거라니요. 이반 바실례비치. 죄송해요, 하지만 전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저한텐 그까짓 땅이라야 별 쓸모도 없어요. 겨우 다섯 데샤찐에 항상 땅 값도 200루블 어치 정도니 말이에요. 하지만 그 부당한 소리가 참을 수 없다 이거예요. (사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님... 그런 건 난 하나도 몰라요. 어쨌든 그 땅은 우리 거예요. 끝!
어머나! 당신이었군요. 아빠가 어떤 상인이 흥정을 한다고 와보라고 해서 왔는데. 안녕하세요, 이반 바실리예비치! 죄송해요. 이런 앞치마 바람에! 완두콩을 말리고 있었거든요. 아 근데 왜 그렇게 안 오셨어요. 맞다! 앉으세요, 식사하셨어요. 그럼 담배라도 피우세요, 여기 성냥요.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아요. 어제까지 비가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 벽돌은 얼마나 찍으셨어요. 전 들판에 풀을 전부다 베었어요. 조금 있다가 베는 건데. 와~~ 근데 오늘 옷을 쫙~ 빼입으셨네요. 어디 무도회라도 가세요. 멋쟁이가 되셨군요.
<곰> 중 스미로노프
어디, 말씀해 보십시다. 7달 전에 남편이 돌아가셨다고요? 부인의 말씀으로는 남편이 돌아가셨는데, 지금 말할 기분이 아니라는 둥 어쩌니 저쩌니............. 아니면 돈을 줄 관리인마저 어디로 가버려서 지금은 못 주겠다? 제기랄, 그러니 대관절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요? 헬기라도 타고 다니며 온 마을에 차용증서를 뿌리기라도 해야 한다는 소린가요? 그루스제드에게 가보니 집에 없다, 그러고, 야로셰비치는 어딜 갔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고, 꾸리찐과는 멱살 잡고 싸우다 녀석을 창문 밖으로 밀쳐낼 뻔했고, 마주우또프네 집에는 조류독감이 번졌다고 하고, 여기 오니 기분이 꿀꿀해 돈을 갚을 수 없다고 하고..... 내가 죽어 나자빠지는 꼴을 보고 싶습니까? 부인! 왜 어느 한 인간도 내 돈을 갚을 생각을 안하냐구요. 왜? 도대체 왜요?(혼잣말로) 이건 분명히 내가 너무 사람이 좋기 때문이야. 그리고 내가 평상시에 이놈들에게 너무 관대했어. 우선 이집부터 시작이야. 저 여자가 돈을 갚기까지는 난 이집에서 절대로, 절대로 한 발작도 안 떠날 테니까.(부르르 떨며) 오늘 나 기분 완전 잡쳤거든? 지금부터 아무도 날 건들지마. 살이 부들부들 떨리고 숨마저 끊어질 것 같다. 제기랄, 다들 어디 간 거야?
<청혼> 中 로모프
춥네....어렸을 때 시험 시작 전처럼 말이야. 중요한 것은 빠른 결정이야. 만약 생각 따위나 오래하고 말만 많이 하거나 이상적인 사랑이나 진짜 사랑만 기다리다가는 결혼 못해. 우후! 추워! 이 여자는 꽤 괜찮은 안주인이 될 거야. 둔하지도 않고 교양이 있고....더 이상 뭐가 필요해? 근데, 내가 너무 긴장했나?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네.(물을 마신다) 결혼을 안 할 순 없지. 첫째, 난 벌써 35살인데...이건 ..위험한 나이지....그리고 둘째, 정상적이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해. ‘심장박동’인데다가 땀은 계속 흘리고, 과민하고, 흥분 잘하고......그러니 더욱 필요한 거야. 아, 이젠 입술까지 떨리고 관자놀이에 심장이 달린 것처럼 울리네....그리고 가장 비참한 것은, 꿈인데, 잠이 들어 있으면 갑자기 왼쪽 어깨가 아파 온단 말이야, 옆구리도 허전하구....으윽! 머리까지 띵하고....정말 돌아버리겠어. 잠이 들만하면 어깨가 또 으윽! 그게 스무 번은 반복되지.....
<벚꽃동산> 중 로빠힌
제가 샀습니다. 제가 샀다구요! 모두들 좀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머리가 어지러워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네요. (웃는다) 우리가 경매장에 갔더니 제리가노프는 벌써 거기 와 있었어요. 우리 가예프 선생은 일만 오천 루블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는데 제리가노프는 부채 위에다 삼만 루블을 더 불렀어요.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난 그 자를 상대로 사만을 불렀죠. 그러자, 그 자가 사만 오천을 불렀고, 난 오만 오천으로 응수했어요. 이렇게 그 자는 오천루블씩 올려가는데 나는 일만씩 올렸죠. 마침내 끝이 났어요. 부채 위에 구만 루블을 불렀더니 결국 내게로 낙찰되었어요. 이 벚꽃동산은 이제 제 껍니다! 제 꺼라구요! (호탕스럽게 발을 구른다) 오 하나님. 이 벚꽃동산은 이제 제 꺼에요. 제가 술에 취해 미쳐 버렸다고 해도 좋고 제가 꿈을 꾸고 있다고 해도 좋아요. 그러나 저를 비웃지는 말아 주십시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무덤 속에서 저를 보셨더라면 어땠을 까요! 노상 매나 맞고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이 돌대가리가! 겨울에도 맨발로 뛰어다니던 바로 이 동상 걸린 로빠힌이! 세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영지를 샀으니까요.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농노로 지냈고, 여기 부엌에 조차도 들어가지 못했던 그 영지를 내가 산거에요. 이건 생시가 아니에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거죠. 이건 마치 뭐랄까... 이건 당신들이 상상했던 것이에요. 다만 불확실한 것처럼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거죠. (정답게 미소 지으며, 열쇠를 집는다) 열쇠를 집어던졌군요. 이젠 이 집 살림을 하지 않겠다는 걸 보여 주려는 거겠죠. (열쇠를 잘라버린다) 상관없어. (오케스트라의 리듬을 맞추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봐! 악사들! 음악을 연주해! 내가 듣고 싶으니까! 모두들 와서 봐요. 이 로빠힌이 벚꽃 동산을 도끼로 베어 없애는 것을요! 우린 여기에다 여름 별장을 세울 거고 우리의 손자와 증손자들은 여기에서 새 삶을 살 거예요. 악사들, 음악을 연주해! (음악이 연주된다. 라네프스카야, 걸상 위에 쓰러진 채 서럽게 울고 있다) 어떻게 된거야? 이젠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이 벚꽃동산의 새 주인이 나가신다!
<세자매> 중 투젠바흐
실로 쓸데없고, 실로 하찮은 일이 어쩌다가 우리의 생활에 중대한 의의를 가지게 되는 일은 가끔 있죠. 여전히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얕잡아 보고 웃어넘기고 있는 사이에 질질 끌려가서 이제 자기에게는 버틸 힘이 없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아니, 이런 이야기는 그만둡시다! 난 상쾌한 기분입니다. 마치 난생 처음으로 저 전나무와 단풍나무와 자작나무를 보는 것 같고, 저쪽에서도 나를 힐끔힐끔 신기하다는 듯이 숨을 죽이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무들일까! 그리고 이렇게 나무들에게 둘러싸인 나의 생활이란 원래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하는 거지! (야호, 야호! 하는 고함소리) 가야겠군, 벌써 시간이 됐어.. 아니, 저 나무는 말라죽었군요. 그래도 역시 다른 나무와 같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요. 이리나. 저것과 마찬가지죠 만약에 내가 죽더라도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지 당신의 인생에 가담하고 있을지 몰라요. 안녕, 나의 이리나..(그녀의 두 손에 키스한다.) 당신이 내게 보내 준 편지는 내 책상의 달력 밑에 있어요..
<청혼> 중 로모프
저, 존경하는 스쩨빤 쓰쩨빠늬치 저기.. 다름이 아니고. 한 가지 부탁드릴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물론, 어려운 부탁을 드리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리고 그럴 때마다 항상 제가 좀 당황해서요. 우선, 물 한잔 마셔도 되겠습니까? 저, 존경하는 쓰쩨빠늬치.. 죄송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제가 너무 당황해서.. 그러니까, 비록 제가 그럴 만한지도, 어르신께 도움을 청할 자격도 없다는 것을 압니다만, 저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 서요. 말씀드리려는 건 다른 게 아니고.. 전 댁의 따님 나딸리야 스쩨빠노브양에게 청혼을 드리러 왔습니다. 그럼 어른께서 승낙을 하신 겁니까? 제게 따님을 주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추워.. 꼭 입학시험 전날처럼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오는군. 중요한건 결정을 내리는 거야. 총각으로 늙어 죽을 수는 없잖아. 내 나이가 벌써 서른다섯인데 이건 아슬아슬한 나이야. 그리고 난 정상적이고 규칙적인 생활을 원해. 심장도 약하고 계속 땀을 흘리지, 게다가 과민하고 흥분을 잘하는 체질인 만큼 규칙적인 생활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바냐아저씨> 중 소냐
아니에요! 아니에요! 못생긴 여자한테는 그렇게들 말하죠. "당신의 눈은 아름다워요, 당신 머리카락은 아름답군요". 전 6년 동안 그분을 사랑해왔고 우리 엄마보다도 더 사랑해요. 난 늘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 분과 악수하며 그분을 느껴요. 그분이 곧 들어올 것 같아 문을 바라보며 기다려요. 그리고 이렇게 아시다시피 그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늘 새엄마한테 오고요. 요즘 그분은 우리 집에 매일 오시지만 저를 쳐다보지도 바라보지도 않아요. 제겐 이미 자존심도 제 자신을 억제할 힘도 없어요. 어제는 참지 못하고 그분을 사랑한다는 걸 바냐 삼촌에게 고백했어요. 그래서 이젠 내가 그분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하인들도 다 알아요. 모두 알아요.
<갈매기> 중 니나
제가 디딘 땅에 키스를 하셨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같은 건 때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여자예요. (책상에 몸을 기댄다) 전 피곤해 죽겠어요! 좀 쉬어야 하는 건데- 전 좀 쉬어야 해요! (머리를 든다) 전- 갈매기예요- 아니, 그렇잖아요. 전- 여배우죠. 암, 그렇고말고요!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의 웃음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인다. 그 다음, 왼쪽 문으로 달려가서 열쇠 구멍으로 엿본다) 그이도 여기 계시군요-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도 점점 연극을 믿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완전히 맥이 풀려 버렸어요- 게임 없는 공포 등에 쫓겨서- 저는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여자가 되어 버리고, 허수아비와 같은 연기를 하곤 했어요- 무대에서는 손 둘 바를 모르고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거니와, 목소리마저 제 소리를 낼 수가 없었어요. 당신은 배우 스스로가 졸렬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의 그 기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는 갈매기예요. 아니, 그게 아니라- 저, 당신 기억하세요. 전에 갈매기를 쏜 일이 있었지요? 어떤 사내가 찾아와서 그 여자를 보고는 심심풀이로 그 여자를 파멸시키는- 조그만 단편의 소재감이죠. 아니, 그러한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마를 문지른다)
<갈매기> 중 마샤
그 선생은 별로 영리하진 않지만 그런 대로 좋은 사람이고, 가난하지만 나를 무척 사 랑 해 주고 있어요. 그가 불쌍해요. 그의 늙은 어머니도 불쌍하고. 그럼 안녕히 가 세요. 섭섭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여러 모로 친절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이 나오거든 부쳐 주셔요. 네, 꼭 사인을 하셔서 말이예요. 하지만 <나의 경애하는> 식 으로는 하지 마시고 그냥 깨끗이 <신원도 모르고 무엇 때문에 이 세상에 사는지도 모르는 마샤에게>라고 해 주세요. 안녕!
<청혼> 중 나탈리아
완전히 틀리셨어요. 무슨 말씀이세요? 제 할아버지나 증조할아버지께서도 저희 땅이 늪지대까지 뻗어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셨어요. 그러니까 모초지는 그 사이에 있으니까 저희 땅이죠. 따질 필요도 없죠. 이해가 안가요. 아유 기분 나빠라. 아뇨! 지금 그저 농담을 하시는 겁니까?아니면 절 놀리시는 겁니까? 이런 세상에! 우린 300년 가까이 이 땅을 소유해 왔었는데 그쪽 거라니요. 이반 바실례비치. 죄송해요, 하지만 전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저한텐 그까짓 땅이라야 별 쓸모도 없어요. 겨우 다섯 데샤찐에 항상 땅 값도 200루블 어치 정도니 말이에요. 하지만 그 부당한 소리가 참을 수 없다 이거예요. (사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님... 그런 건 난 하나도 몰라요. 어쨌든 그 땅은 우리 거예요. 끝!
<청혼> 중 나탈리아
어머나! 당신이었군요. 아빠가 어떤 상인이 흥정을 한다고 와보라고 해서 왔는데. 안녕하세요, 이반 바실리예비치! 죄송해요. 이런 앞치마 바람에! 완두콩을 말리고 있었거든요. 아 근데 왜 그렇게 안 오셨어요. 맞다! 앉으세요, 식사하셨어요. 그럼 담배라도 피우세요, 여기 성냥요.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아요. 어제까지 비가 와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래~! 벽돌은 얼마나 찍으셨어요. 전 들판에 풀을 전부다 베었어요. 조금 있다가 베는 건데. 와~~ 근데 오늘 옷을 쫙~ 빼입으셨네요. 어디 무도회라도 가세요. 멋쟁이가 되셨군요.